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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혁 산업부 팀장.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2004년 1월 국내 최초의 항만공사(PA·Port Authority)인 부산항만공사가 설립되기 전까지 한국의 항만 운영·관리 주체는 국가였다. 1970년대 말 신설된 해운항만청 시절부터 1996년 8월 해양수산부 발족 이후 (해수부 산하) 지방 해양수산청이 항만을 관리하던 시기, 공직 사회 특유의 경직성으로 항만 관리는 경쟁력 향상은 커녕 현상 유지에 급급했다.
그럼에도 국내 항만은 잘 돌아갔다. 1995년 한국이 세계 12위 무역국으로 성장함에 따라 항만 물동량은 매년 12% 이상 급증했다. 반면 1981년 81%인 항만 시설확보율은 계속 하락해 1995년에는 68%까지 내려갔다. 이는 주요 항만의 체선율 급증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중반 인천항은 만성적인 항만 적체에 시달렸다. 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1995년 인천항 체선율은 36.8%에 달했다. 같은 해 인천항의 평균 체선시간은 55시간으로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시기 인천항에 입항한 선박 10척 중 3~4척은 2~3일은 기본으로 부두에 접안하지 못한 채 항계 내 수역에서 대기했던 셈이다.
2000년 전후 글로벌 해운·항만 환경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이 국제물류 허브를 국가 경제발전의 중요한 전략으로 추진하면서 항만 간 경쟁이 심화됐다. 변화의 핵심은 '항만도 기업처럼 경쟁해야 한다'에서 출발한다. 선사 입장에서 항만을 선택할 때 단순히 항만의 위치만 보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 대신 항만 선택의 새로운 고려 사항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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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박 접안·하역 속도를 필두로 △항만 사용료 △항만시설 규모 △환적 네트워크 △배후물류단지 △서비스 수준 △항만 운영의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사가 입항 항만을 고르는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이 시기 중국 항만의 급성장으로 글로벌 허브 항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부산항의 경쟁력 제고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여기에 기존 정부 주도 항만 관리 방식의 한계를 개선하고 △항만 운영의 전문성·자율성·상업성 강화 △지방분권 △항만-도시 간 연계 필요성 대두 등이 맞물리며 항만공사(PA) 제도 도입이 추진됐다.
2003년 항만공사법 제정과 이듬해 1월 부산항만공사 출범은 국내 항만 관리·운영의 구조적 변곡。으로 해운항만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항만의 수입을 항만 경쟁력 향상에 다시 투입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
항만에 선박의 입출항·화물 처리·부두시설·배후단지 임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선박료·시설사용료·임대료 등 각종 요금이 항만공사의 수입으로 인식되고 항만공사는 이를 부두 개발·유지 보수·배후단지·항만시설 투자·마케팅 재원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항만서비스의 개선과 선사·화주 유치, 물동량 증가란 선순환 구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독립채산제 운영을 통한 항만 생산성 향상과 부가가치 창출, 공격적 마케팅에 의한 물량 유치, 다양한 투자재원 확보를 통한 항만개발의 적시성과 유연성 확보 등도 항만공사 설립의 기대효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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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항만공사 제도 도입 후 부산·인천·울산항만공사 출범 초기 새로운 항만 운영 구조에 따른 성장통도 일부 존재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독립채산제 경영 구조를 도입한 항만공사의 수익과 항만의 이용자들 간 이견으로 항만공사 설립 자체에 반발하는 사태가 인천항에서 발생했다.
인천항만공사는 2005년 출범 당시 국유재산법을 적용해 항만부지 임대료를 부과했다. 이때 법에 의한 '5/100의 기준'을 이용자 비용 부담을 감안해 바로 적용하지 않고 30%를 첫 적용한 이후 매년 10%씩 확대해 적용하고 있었다. 이 기준이 적용되던 2009년 5/100의 기준 70%가 누진제로 적용돼 임대료 산출 시 그해 인천항의 항만부지 임대료는 공시지가 인상폭을 제외하더라도 최대 40%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전국 최고 수준의 공시지가 인상률까지 겹치며 인천항의 임대료 폭증을 야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인천항만공사로부터 항만부지를 임대받아 사업을 영위하던 하역회사나 창고업체, 항만부대사업체 관계자들이 크게 반발했다. 이 시기 전국 항만과 항만공사를 출입하던 기자에게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들은 인천항만공사를 일제 시대 경제 수탈의 최정。에 있던 '동양척식주식회사'에 비유하고, 인천항만공사 설립을 주도하거나 초대 항만위원회 위원 중 일부를 을사오적에 빗댄 '인천항 오적'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한 바 있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등 4개 항만공사는 해당 항만별 맞춤형 물동량 창출, 해운물류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한 다양한 수익사업의 수립·개발·시행 주체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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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별 특화 사업도 추진 중이거나 완료를 마친 상태다. 부산항만공사의 북항재개발 사업, 부산항국제선용품유통센터 조성을 비롯해 △인천항만공사의 골든하버 △울산항만공사의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 거。 구축 △여수광양항만공사의 항만자동화 사업실, 여수엑스포 사후활용추진단 등 항만공사 설립 취지인 지역 분권형 운영체계를 잘 수행하고 있다.
섣부른 하나의 '한국항만공사'(가칭)로의 물리적 통합 추진은 비효율과 부작용이 먼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함으로써 해운협회·항만물류협회 등 유관 업·단체 실무자들이 체감하는 비효율은 이미 곳곳에서 발견된다. 업무차 해수부 방문 시 기존 세종에 있을 때보다 비용·시간·하루 일정 자체가 이전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지고 늘어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 4개 항만공사의 정책결정, 개발·운영·물류·마케팅 등 핵심 기능을 통합 본사가 가져가고 항만별 지역지사에 허울만 남은 현장 집행조직만 남게 되면 통합 본사의 소재지와 무관하게 최소 2개 항만공사 직원은 핵심 기능 업무를 추진할 때마다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비효율성과 비용 과잉 지출, 의사 결정의 지연은 4개 항만 모두 해외 선사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3일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 포함된 4개 항만공사 통합안이 해운·항만 시장의 변화와 구조적 메커니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절대 나와서는 안 될 정책적 자해 행위임을 정부 고위 관료들이 인지하는 '그날'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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