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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게임뜻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가 잔디광장, 솔숲과 겹치는 구간. ⓒ <미디어제주> 김은애



제주 남쪽의 빛이 쏟아지는 한낮의 서귀포학생문화원 앞 잔디광장. 아이들은 공을 차고, 학부모는 도시락을 펼친다. 그 옆 소나무 숲에는 수령 60~100여 년, 많게는 200년 바다이야기 을 넘긴 소나무 100여 그루가 서 있다. 청년은 그늘에서 바람을 마시고, 노인은 천천히 숨을 고른다.


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세대를 품어온 이 숲에 어둠이 드리운 건 2013년 무렵이다. 되살아난 낡은 선 때문이다. 선의 이름은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1965년 도시계획시설로 도면에 그려졌다. 릴게임5만 오늘날엔 길이 4.3㎞, 폭원(도로 폭) 35m의 4차선 도로로 추진 중이며 사업비는 약 1100억원에 이른다.


도로에는 숨은 진실이 있다.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로 2020년 한 차례 법적 근거를 잃었다는 점이다. 죽은 선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일몰제 실효 고시에 ‘ 바다이야기예시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라는 정식 명칭 대신, 몇 개의 주소만 적혀 있었던 탓이다. 쉽게 찾을 수 없는 형태였다. 시민에게 닿지 않은 고시는 결국 ‘은폐된 절차’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행정은 계속 밀어붙였다.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한 채, 굴삭기가 소나무 숲 옆의 잔디광장으로 먼저 들어왔다. 릴게임사이트 법 위반 의혹이 일자 공사는 멈췄지만, 이제는 ‘약식’ 환경영향평가로 하자를 메우려 하고 있다.


공사가 멈췄지만 상처는 남았다. 파헤쳐진 잔디광장, 구석으로 밀려 이식된 먼나무 한 그루. 그리고 모든 것을 지켜봐온, 아직 살아 있는 100년 솔숲.


이 솔숲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다. 유치원과 초·중·고교, 도서관, 유아교육진흥원을 잇는 서귀포 교육 벨트의 중심이다. 아이들은 이 숲을 지나 등하교를 하고 자연을 배웠다. 장마철이면 숲은 침수를 막는 마지막 완충지가 됐다. 도시의 호흡을 조절하는 쉼표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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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9일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현장심사단과 제주 시민들이 서귀포 동홍동 솔숲에 모였다. ⓒ <미디어제주> 김은애



더 오래된 기억도 있다. 보일러가 없던 시절, 주민들은 이 숲에서 솔방울을 주워 겨울을 났다. 나무를 베지 않고도 난방을 해결할 수 있었기에 숲은 베어지지 않고 살아남았다. 숲은 주민이 지켜낸 역사였다.


숲의 가치는 외부에서도 인정한다. 2025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이곳만은 지키자’ 공모에서 제주도 서귀포 동홍동 솔숲과 잔디광장은 한국환경기자클럽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말했다. “규모가 아니라 공공성. 세대가 함께 사용하는 이 도심 숲은 지역의 숨구멍이자 보전해야 할 삶의 기반입니다.”


그 숲을 밀어버린 자리에 들어설 도로는 명분도 약하다. 행정 당국은 “도심 교통량 분산”을 내세우지만, 정작 “개통 시 오히려 상습 정체가 심화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기자가 해명을 요구하자 행정 관계자들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자신들이 발간한 ‘실시설계 보고서’에 실린 내용임에도 말이다.

도심의 심장 가르는 콘크리트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도심 숲 구간을 지하차도로 바꾸자는 절충안이 논의되던 시기, 찬성 측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하차도로 하면 땅값을 안 쳐줍니다.” 이 말은 도시가 무엇을 우선해왔는지 정확히 드러낸다. 아이들의 웃음보다, 시민의 쉼보다, 오래된 숲보다 우선된 것은 땅의 가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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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30일 공사가 진행 중이던 서귀포 도시우회도로 건설 현장.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그 사이 시민들은 잃어버릴지도 모를 풍경을 기록했다. 아이들은 솔숲에서 그림을 그렸고, 어르신들은 떨리는 손으로 “이곳만은 지키자”라고 적었다. 학부모들은 도로공사를 중단해달라는 탄원서를 냈고, 예술인들은 노래로 마음을 남겼다. 여름 장마철, 숲 가장자리에선 맹꽁이가 울었다. “나 아직 여기 살아 있다”라고 말하듯. 숲은 그 모든 소리를 품고, 남은 숨으로 저항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질문을 미룰 수 없다. 새 도로가 생기면 도시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되는가. 도심의 심장을 가르는 콘크리트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타당성이 불분명한 개발의 명분으로 반세기 전 도면의 선이 불현듯 튀어나와 오늘의 삶을 지배하는 것이 정당한가. 도시의 품격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행정은 1965년의 도면을 붙잡지만, 시민은 지금의 삶을 말한다. 둘 중 무엇이 이 도시의 미래를 살릴 수 있을까. 사실, 숲은 이미 답을 내고 있다.

김은애 (<미디어제주> 기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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