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몸가짐이 발라야 한다는 말을, 그녀는 극도로 혐오했었다. 먹을거리가 없고, 입을 옷이 없는데, 대관절 요조숙녀가 웬 말인가. 조신함이 다 무슨 소용인가. 후줄근한 옷을 입고 푸석푸석한 빵으로 요기해야 하는 삶을 던져버리고 싶었다. 이를 벗어나게 해줄 남자라면, 몸뚱이 하나쯤은 언제든 내어줄 수 있었다. 중요한 건 가난으로부터의 도피지, 윤리적인 삶이 아니었으니까. 가난한 성녀보다는, 배부른 창녀가 되겠다고 그녀는 하루하루 곱씹었다.
얼굴에 윤이 나고, 옷맵시에 태가 나는 남자를 보면, 언제나 팔짱부터 끼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임자가 있는 건 사소한 문제였다. 중요한 건 남자 오리지널바다이야기 가 얼마나 많은 돈과 권력이 있는지였으니까.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가면, 비루한 세간살이도 나아질 것이었다. 침대로 끌어들이기까지 하면 더할 나위없었다.



“지긋지긋한 가난은 언제쯤 떠나갈까.” 요하네스 베르메르 ‘열린 창문 옆에서 편지를 읽는 소녀’. 165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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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남성들의 권력을 성공의 구름판으로 삼아 그녀는 세계적인 기업을 일궜다. 여자의 이름은 가브리엘 보뇌르. 생소한 이름이라도, 그녀의 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샤넬. 우리에게는 코코 샤넬로 알려진 인물. 세계적 패션 제국을 건설한 그녀의 삶은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손사래짓으로 맥진 모바일야마토 한 것이었다.



가난한 세탁부의 딸, 샤넬
어머니 외제니는 세탁부였고, 아버지 알베르는 동네를 떠돌며 속옷과 작업복을 파는 행상인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1883년에 태어난 뒤부터, 샤넬은 가난의 속싸개에 싸여 살았다. 남의 옷을 깨끗하게 해주거나, 새 바다신2릴게임 옷을 건네주는 게 부모의 일이었지만, 샤넬의 옷은 언제나 낡았고 더러웠다. 수입이 푼돈에 불과해,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서였다.

그 시절 남자들이 그러했듯이, 아버지 알베르는 가난에 개의치 않고 생식에 열심이어서, 자식을 여섯이나 봤다. 살림하랴, 아이 돌보랴, 남편의 욕구를 채워주랴, 어머니 외제니는 지치고 고단해, 바다이야기무료머니 고작 32살의 나이에 눈을 감았다.



샤넬이 어린 시절을 보낸 오바진수도원. [사진출처=Babsy]





오바진 수도원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에서 샤넬은 샤넬 로고를 떠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출처=MOSSOT]



아버지 알베르는 어린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입힐 능력이 없었으므로 핏덩이 같은 새끼들을 고아원에 버려버렸다. 코코 샤넬은 프랑스 중부 오바진이라는 지역의 수도원으로 보내졌다. 엄격한 규율로 검소하고 소박한 삶의 가치를 고아들에게 가르치는 기관이었다. 어리디어린 나이에 천애의 고아로서, 자신의 삶을 직접 짜야하는 가련한 아이였다.



옷과의 운명적 조우
“이걸로 옷을 만들어보렴.”

고아원에서 그에게 처음 주어진 건 실과 바늘이었다. 수녀원이 고아인 여자아이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생계형 기술’을 가르친 것이었다. 코코 샤넬은 돈이 없었고, 자기만의 방도 없었지만, 자기만을 위한 옷이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재봉 기술로 입을 거리를 직접 만들 수 있어서였다. 맨 몸으로 태어나, 맨 몸으로 살아가던 코코 샤넬은 처음으로 ‘소유의 기쁨’에 충만했다. 수녀원에서 내내 읊조리던 성경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바느질로는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지...” 덴마크 화가 안나 앵커의 ‘어부의 아내’. 1890년.



가난에 넌더리가 나서, 그는 자신에게 주입하는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정했다. ‘신을 경배하라’는 말에 고개를 돌렸고, ‘소박함으로 충만하라’는 말에 코웃음을 쳤다. ‘경건한 여자가 돼라’는 말에는 음탕한 생각으로 저항했다. 수녀원의 가르침은 가난의 지름길이라고, 인생이 물구덩이로 빠지는 것이라고, 그녀는 굳건히 믿었다. 스무살이 되던 무렵, 샤넬은 수녀원을 미련없이 빠져나왔다. 이제 자신의 삶을, 자신의 실과 바늘로, 짜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사내를 통해 인생 역전을 꿈꾸다
배운 것이 재봉질뿐이어서, 그녀는 재봉사로 일했다. 옷을 짜는 일만으로는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으므로, 일이 끝난 뒤에는 캬바레로 나갔다. 무대 가수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훔쳐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작고 귀여운 소녀가 부르는 노래에 피가 끓는 군인들은 전율했다. 그녀가 부르는 ‘누가 코코를 봤을까’라는 노래를 들으려는 군인들로 캬바레는 복대겼다. 그때부터 그녀는 ‘코코 샤넬’로 불렸다.

부모가 지어준 가브리엘 보뇌르는 가난을 상징했고, ‘코코’는 뭇 남성들의 열화와 같은 인기로 지어진 이름이어서, 그녀는 ‘코코 샤넬’로 불리는 게 좋았다. 코코는 유부남의 애인인 ‘정부’를 의미하는 ‘코코트’(cocote)에서 따온 것이었는데, 마치 그녀의 삶을 예견하는 메시지 같았다.



“가난한 나는 잊어버릴 거야.” 코코 샤넬.



코코를 원하는 군인이 너무나 많았으므로, 남자들은 그녀를 채려고 앞다퉜다. 돈이 많은 순으로 줄을 세우고, 그 다음에는 직위가 높은 순, 그러고는 잘생긴 순으로 후보군을 추려나갔다. 에티앙 발상이라는 기병 장교가 낙점됐다. 프랑스 군복을 공급하는 큰 집안의 자제여서, 돈이 많고 무엇보다 잘생긴 사내였다. 코코는 첫 남자친구에 어깨가 으쓱했다. 대저택에서 말도 타보고, 사냥도 하면서, 귀족의 삶을 십분 느낄 수 있었으니까. 돈에 주려 있던 그녀는 돈맛이 짜릿했다.




“사랑, 그거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샤넬의 첫 애인 에티앙 발상.




귀족의 세계에 젖어드는 카펠
코코는 발상이라는 끈을 꽉 잡았고, 그 끈은 파리로 코코를 이끌었다. 코코는 자기가 만든 옷을 입고 다닐 파리지앵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벅찼다. 새 공간에선, 새 사랑이 담기기 마련이어서, 코코는 한 남자와 다시 사랑에 빠졌다. 발상의 친구이자, 폴로 선수였던 에드워드 카펠이었다. 영국 귀족이자, 신사의 전형인 남자였다. 가난뱅이, 촌뜨기 코코가 꿈에 그리던 인물이었다.




“샤넬, 내가 당신을 이끌어 줄게.” 아서 에드워드 카펠.



카펠과 코코의 사랑은 뜨겁게 달아올라, 두 사람은 그 열기에 취했고, 서로에게 내어줄 수 있는 걸 모두 주고자 했다. 카펠은 의상 가게를 열고 싶어한 코코에게 사업 밑천을 댔고, 코코는 뜨겁게 카펠을 안았다. 천애고아 코코는 1910년 처음으로 모자 부티크를 열었다. 손재주와 남다른 감각에 파리지앵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코코는 1913년과 1915년에 휴앙도시 도빌과 비아리츠에 부티크를 확장했다. 1년 후, 코코는 카펠에게 빌린 돈을 모두 되갚았다. 코코 샤넬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샤넬은 시대에 빚진 것이 없어서, 관념에 얽매이지 않았고, 그 덕분에 그녀의 옷은 새롭고 실용적이었다. 폴로 선수였던 카펠의 의상에서 영감을 얻어 기존 제품과는 다르게 품이 넉넉한 여성 의류를 만들어 팔았다. 꽉 조이는 코르셋, 치렁치렁한 드레스의 성가심에 질려 있던 여성들은 환호했다. 느슨한 옷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코코 샤넬을 통해 알아서였다.



샤넬 의상을 입은 세 명의 여성을 묘사한 1917년 그림.



샤넬은 기존 여성처럼 치마를 입지 않았고, 대놓고 바지를 입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1913년 벌어진 1차 세계대전으로 기존 질서가 전복되면서, 여성들은 코코 샤넬이라는 물결을 활짝 받아들였다. 코코 샤넬은 새 시대의 멋을 상징하고 있었으니까. 부유한 여성도, 중산층의 여자도, 가난한 여인도 샤넬을 입기를 바랐다.



상처받은 샤넬
“나 결혼해.”

‘뮤즈’는 온전히 소유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코코 샤넬은 1918년 저리게 깨달았다. 그 해 카펠이 귀족 여성과 결혼을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샤넬은 내심 카펠이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주길 바랐지만, 귀족의 세계에서는 터무니 없는 얘기였다. 카펠은 이듬해 더 먼 세계로 떠나버렸는데, 교통사고로 죽어서였다. 샤넬은 “카펠을 잃은 뒤로, 내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공작과 함께 걷는 코코 샤넬.



행복하지는 않았을지언정,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이었다. 사업은 번창해갔고, 자산은 늘어났으며, 그녀를 도와주겠다는 귀족 남자들도 줄을 섰다. 영국에서 가장 높은 귀족인 웨스트민스터의 공작 휴 그로스 베너, 영국 왕세자 에드워드 8세도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모든 운이 그녀에게 향한다는 우쭐함으로, 샤넬은 유대인 출신 프랑스 사업가 피에르 베르트하이머와 함께 ‘퍼퓸 샤넬’이라는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샤넬 넘버 5’였다. 남성들과의 관계에서 그는 계속 영감을 길어올렸다. 러시아 황실의 일원인 드미트리 파블로비치와도 염문을 뿌렸는데, 그녀는 그가 가지고 다니는 휴대용 보드카 병에 매료됐다. 샤넬 넘버 5의 병 모양은 그곳에서 따왔다.



“샤넬, 러시아 보드카 한 잔 할까. ” 코코와 러시아 대공 디미트리. 디미트리가 가지고 다닌 러시아 군용 술병에서 영감을 받아 샤넬 No5 향수병을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샤넬 No.5 병은 애인인 러시아 군인이 가지고 다닌 병에서 영감을 받았다. [사진출처=Austin Calhoon]




저물기 시작한 샤넬
1930년 샤넬은 4000명을 고용한 왕국의 여왕이었다. ‘샤넬’이라는 옷이 조금씩 해지기 시작하던 것도 이시기였다. 할리우드에서 도전한 영화 의상도 혹평 일색이었고,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엘자 스키아파렐리가 신성으로 빛을 앗아갔다. 샤넬의 디자인은 조롱과 비평의 대상이었다. 코코가 좌절했을 때, 그녀를 깨우는 대포 소리가 울렸다.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1차 대전이 그녀의 성공을 알리는 축포였듯이, 2차 대전의 총성은 그녀를 다시 세웠다. 그녀가 독일의 침공을 내심 반겨서였다.




“샤넬, 오늘은 같이 나치에 대해 얘기 나눌까.” 샤넬은 독일장교 한스 권터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나치 협 력의혹을 샀다. [사진출처=Georges Chevalier]



그녀의 마음 속에는 ‘나치’를 향한 존경심이 자리잡고 있었다. 몸을 섞으면, 생각도 함께 섞이기 마련이어서, 그는 당대 유력자들의 사고방식을 고스란히 자신의 머리 속으로 옮겨담았는데, 유대인을 향한 혐오가 그 중 하나였다.

“유대인이 세계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는 나치가 달가웠다. 코코 샤넬은 “지금은 패션의 시대가 아니”라면서 사업을 닫고, 주거지를 파리 중심부 리츠 호텔로 옮겼다. 파리를 점령한 나치 장교들이 묵는 숙소였다. 한스 귄터라는 독일군 장교와 사랑을 나눴다. 13살 연하의 군인이었다. 권력의 중심에 있는 남자들과의 잠자리는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침실에서 샤넬은 유대인이 끼치는 해악에 공감하면서, ‘퍼퓸 샤넬’의 공동 창업자 베르트하이머의 이름을 끄집어냈다. 유대인인 베르트하이머의 지분을 빼앗아 퍼퓸 샤넬을 온전히 갖고자 함이었다. 베르트하이머는 나치의 암약을 미리 인지하여서, 이미 다른 이에게 지분을 팔고 유럽 땅을 떠났으므로, 샤넬의 계략은 먹히지 않았다.



“샤넬, No5는 당신만의 향이 아닐텐데.” 유대인 피에르 베르하이머는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샤넬과 화장품 합작회사를 세웠다.




나치 협력자이자, 패션 혁명가 샤넬
코코 샤넬은 나치 정보국을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패전을 앞둔 독일을 위해 영국 수상 처칠을 만나려고 했을 정도였다(모델 헛 작전). 누구의 세상인지를 파악하는 그녀의 능력은 천부적이어서, 프랑스가 나치에 해방되기 직전에 샤넬은 스위스로 떠나버렸다. 5년 동안 이어진 과거사 청산의 시간도 샤넬은 아슬아슬 줄타기로 피해갔다.




나치 점령기 동안 적과 동침한 의혹을 받은 파리 여성들이 수난을 당하는 모습.





“처칠, 나 좀 도와줄래요?” 코코 샤넬과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



프랑스, 영국, 독일에 만들어 놓은 끈이었다. 그 중 하나는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었다. 동아줄이 썩으면, 다른 동아줄을 잡으면 그만이었다. 어떤 줄은 그녀의 목을 죄었지만, 또 다른 줄을 잡고서 진창을 빠져나왔다.

전후의 패션은 남자들이 주도했다. 크리스챤 디올,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로베르 피게와 같은 기라성의 반짝임에 샤넬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가 다시 자신의 패션하우스를 연 건 1954년. 그녀의 나이 70이 다 되어서였다. 나치 협력의 오물은 그녀의 혁신적 패션으로 잠시 가려졌다. 시대의 아이콘은 모두 샤넬을 몸에 걸쳤다. 케네디의 아내 재키는 핑크색 드레스로, 섹스 심볼 마릴린 먼로는 향수로 샤넬을 안았다.



재클리 케네디는 핑크색 샤넬 정장으로 패션 아이콘이 됐다.



행복하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삶을 화려한 의상으로 직조했지만, 화려함은 어찌된 일인지 헛헛한 것이었다. 1971년, 샤넬은 파리 리츠 호텔에서 쓸쓸히 눈을 감았다. 영부인 클로드 퐁피두는 패션계의 거장을 위한 추모식을 제안했지만, 정보당국이 ‘나치 협력 보고서’를 들이밀며 말렸다. 그녀가 죽은 지 40년이 넘어서까지 세계는 샤넬을 갈망한다. 가난한 여성으로서 가련했고, 민족 반역자로서 거슬렸으며, 패션인으로 찬란했던, 코코 샤넬.




코코샤넬. [사진출처=로스엔젤레스타임스]



<네줄요약>

ㅇ코코 샤넬은 어린 시절 고아원에 버림 받고, 그곳에서 바느질을 배워 의류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ㅇ가난이 싫어서 귀족 군인들을 유혹한 뒤, 그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패션 사업으로 나아갔다.
ㅇ권력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이 천부적이어서, 나치 독일과도 협력하는 등 매국 행위 의혹을 샀다.
ㅇ샤넬은 그러나 윈스턴 처칠 등과의 인맥을 통해서 과거사 청산의 칼날을 피해갔다. 그 후 그녀는 세계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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