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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그래픽=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 보도·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배액배상제)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는 언론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을 엄격하게 제한하거나 적용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15일 'KPF 미디어브리프' 9월호에서 '해외 주요국의 언론에 대 국가등록금대출 한 징벌적 손해배상' 현황을 다뤘다. 주요 국가에서 언론 보도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및 고액 배상 여부는 △보도 대상이 공인인지 또는 공적 관심사 여부 △기자·언론사의 사실 확인 등 책임있는 커뮤니케이션 노력 유무 △허위 인지·반복적·억압적·권리 남용적 등 실질적 악의 유무와 피해 정도 △개인·사회적 영향력 등을 고려해 결정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보증료 언론 대상 '천문학적 배상 판결' 사례로 흔히 거론되는 미국은 한국과 달리 형사상 명예훼손죄가 없고, '실질적 악의'가 명확히 증명됐을 때 언론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다. 미국 30여 개 주에서는 권력자(정치인·공직자·대기업 등)가 자신에 대한 비판 발언·보도를 억누르려 제기하는 고액의 명예훼손·손해배상 소송(SLAPP)을 막기 위한 '안티 슬랩 하나다올자산운용 법'을 두고 있다.
관련 기준을 마련한 판례로는 1960년 경찰이 흑인 민권운동 탄압 관련 광고를 게재한 뉴욕타임스에 경찰 책임자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사건이 대표적이다. 연방대법원은 공적 인물에 대한 언론의 명예훼손이 인정되려면 '허위임을 알면서도 보도'했거나, '사실 여부를 무모하게 무시했다는 실질적 악의' 주택담보대출 특판 를 입증해야 한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허위임을 알지 못한 단순 오류나 과실 수준의 보도, 즉각 정정 보도 등을 한 경우 '실질적 악의'가 없다고 판단된다.
반면 폭스뉴스의 경우 앵커들이 부정선거 음모론이 허위임을 알고도 방송을 지속한 정황이 내부 이메일, 문자 메시지, 편집회의 기록 등으로 입증돼 명예훼손 소송 1심 판결 직전 7억8750 대우자동차 만 달러(한화 약 1조631억 원) 합의금을 치렀다. 제도권 언론 외에는 극우 성향 방송인 알렉스 존스가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조작극”이라 주장하며 희생자 가족을 “가짜 배우”라 조롱한 사건에 15억 달러(한화 약 2조250억 원)를 보상·배상하라는 평결이 이뤄진 바 있다.
캐나다에선 언론이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망신주거나 해치려고 허위보도를 한 경우 △권력이나 지배적 위치를 이용해 부당하게 억누르는 경우 △공익과 무관하게 개인적·정치적 목적으로 보도할 경우 등에 해당될 경우에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다. 공적 관심사에 대해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사실 확인을 한 보도는 일부 오류가 있어도 면책된다. 배상액도 미국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일례로 금융 분야 기자 블로거인 로버트 버던이 객관적 증거 없이 금융업계 고위 임원의 비윤리적·부정적 행위를 주장한 사건에선 보상적·징벌적 손해배상액으로 각각 65만(약 6억5000만 원)·40만 달러(약 4억 원)가 부과됐다.
영국은 언론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된 판례가 없다. 2013년 제정된 명예훼손법은 발행된 글이 원고의 평판에 심각한 피해를 줬거나 줄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영리 단체는 실질적 재정적 손실이 발생 및 그 가능성이 있을 때만 징벌적 배상을 인정하도록 규정했다.
호주의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나 추가적 피해를 보상하는 가중 손해배상 제도가 있다. 2019년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배우 제프리 러시 성추행 의혹 보도는 사실로 입증되지 않고 적절한 사실확인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공익보다 선정성·판매 목적이 강했다는 판단에 비춰 경제적 손실 290만 달러(약 26억6600만 원)에 더해 85만 달러(약 7억8100만 원)가 더해진 배상이 결정됐다.
유럽연합(EU)은 언론 대상 징벌적 손배제가 없으며, 허위정보 확산 대응 방안으로는 플랫폼 책임성 강화와 언론·팩트체커 전문성 향상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디지털서비스법(DSA)은 구글·유튜브·X 등 플랫폼과 검색 엔진 등을 포함한 온라인 중계자 상대로 불법 콘텐츠 차단, 알고리즘·광고 투명성 강화, 허위정보 위험 평가·개선 의무, 미성년자 보호, 위기 대응 매커니즘 등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해당 규정을 위반하면 글로벌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며, 반복 위반 시 EU 시장에서 퇴출하도록 했다. 언론 콘텐츠의 부당한 삭제를 방지하고, 기자·정보원을 보호하며, 공영미디어 자율성·편집권 독립을 보장하는 유립미디어자유법(EMFA)도 지난해 시행됐다.
김창숙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이 같은 주요국 사례를 종합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장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안티 슬랩법을 통해 언론을 보호하는 데도 적극적”이라며 “해외 주요 국가들의 언론에 대한 손해 배상 판례들은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하고 보장하는 동시에, 보도를 할 때 반드시 사실 확인 및 검증 활동을 수행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민주당이 명백한 고의 뿐 아니라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도 배액배상이 가능한 제도를 추진하려다 이재명 대통령 입장이 나온 뒤 해당 부분은 철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구체적인 개정안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언론계에선 정치인·기업인 등 소위 권력자에게는 배액배상 청구권을 부여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