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경기 양평군 국립교통재활병원에서 본지 김도균 기자가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VR(가상 현실) 시뮬레이션 장비를 체험하고 있다. 경찰은 이 장비를 전국 운전면허 시험장에 보급할 예정이다. / 고운호 기자


지난 15일 오전 경기 양평군에서 운전 중이던 본지 기자가 차선을 바꾸려는 순간 앞을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멈춰 섰다.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관성을 이기지 못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차량이 멈췄다. 차에서 내려 앞 차주와 실랑이를 벌일 필요는 없었다. 현실이 아닌 VR(가상현실) 시뮬레이션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뒤에서 들려온 평가관 목소리에 뜨끔해졌다. “사고 상황이 기록됐습니다.”
양평 국립교통재활병원에 씨티은행 신용대출 마련된 이 VR 시뮬레이션 장비는 올 하반기부터 전국 운전면허 시험장에 보급된다. 경찰이 사고 위험이 높은 고위험 운전자들의 운전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3년간 34억원을 들여 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경찰은 이 VR 평가를 바탕으로 고령자뿐만 아니라 질병·장애 등으로 인지 능력이 낮아져 사고 위험이 높은 고위험 운전자의 야간·고 소득공제통신비 속도로 운전 등을 제한하는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래픽=박상훈


이날 기자가 VR 체험 장비를 착용한 뒤 시험장에 마련된 운전석에 앉자 왕복 6차선 도로가 눈앞에 펼쳐졌다. 운전석에 꽂힌 열쇠를 중도상환이란 돌려 시동을 건 후 사이드브레이크를 풀고 출발했다. 주행 제한 속도는 시속 50㎞. 이를 넘길 때마다 차량 속도계가 빨간빛을 내며 깜박였다.
주행을 시작한 지 2분 만에 비보호 좌회전 구간이 나타났다. 직진 신호로 바뀐 뒤 맞은편 차량이 오는지 확인하면서 좌회전을 했다. 횡단보도를 끼고 우회전을 하려는데 갑자기 보행자가 나타나 정지했다. 여신금융협회회사
10분 정도 걸리는 주행 평가가 끝나갈 무렵 앞을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줄였다. 도로 공사 현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비상등을 켜고 백미러를 주시하며 차선을 바꿨다. 평가관은 비상등을 제때 켰는지, 앞차·뒤차와 거리를 유지했는지 등을 기록했다.
주행을 마치자 종합 평가가 화면에 표시됐다. 차선 변경 도중 일어났던 부당행위계산 접촉 사고 장면이 송출됐다. 보행자가 지나가는 횡단보도를 앞두고 정지했지만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웠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주행 테스트 전에는 인지·운동 능력 평가가 이뤄졌다. 인지 평가는 검은색 태블릿 PC 화면에 흐트러져 있는 숫자와 한글을 순서대로 누르는 방식이다. 가속·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만한 힘이 있는지를 측정하는 검사도 진행됐다. 최대 30㎏의 압력을 페달에 가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다. 관절이나 근육의 힘이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는 이 과정을 통과하기 힘들 수 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비율은 2015년 7.6%에서 작년 14.9%가 돼 2배 가까이로 늘었다.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도 2020년 3만1072건에서 지난해 4만2369건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해 7월 서울 중구에서 차모(70)씨가 몰던 승용차가 도로를 덮쳐 9명이 숨졌다. 올해 7월 말에도 경기 양평에서 80대 여성이 몰던 벤츠 승용차가 단독주택 철제 담장을 뚫고 돌진해 주택 마당에 있던 10대 소녀가 숨졌다. 한국의 운전면허 갱신 주기는 65세 이상 5년, 75세 이상은 3년이다. 일본·중국·영국 등 해외 국가는 대부분 70세를 기점으로 갱신 주기를 1~3년으로 단축해 관리하고 있다.
경찰은 VR 시뮬레이션 개발을 올해 안에 완료해 전국 27개 운전면허 시험장 중 19곳에 보급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에 돌입한다. 75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받아야 하는 2시간의 교통 안전 교육을 VR 시뮬레이션 평가로 대체할 수 있게 한다.
장기적으로는 VR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뮬레이션으로 고령 운전자뿐만 아니라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고위험군 운전자들이 운전면허를 갱신할 만한 인지·주행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